지옥 두 개의 삶 중 지옥 Part 2를 한참 작업하던 때 였다.
당시 제작사 였던 곳에서 제작 지원금을 받았지만 사실 그 돈 가지고는 작업하긴 턱도 없었다. 아무리 1인 제작이라지만 내 생활비는 나와야 했는데 한달에 30만원 정도의 제작 지원금 가지고는 아무리 매일 작업만 한다지만 생활이 유지가 안되었다. 게다가 1인 제작으로 완성하기로 한 날짜가 지났는데 작업은 남아있었고 제작사는 한달에 30만원의 제작 지원금을 끊어버렸다.
당장 밥도 못 먹게 생겨서 아르바이트를 해야 되는 상황이 되었다.
마침 아는 형이 자기가 하는 아르바이트를 같이 하자는 얘기를 해서 아르바이트를 하게 되었다.
그 아르바이트는 아는 사람은 알만한 TV 애니메이션을 작업하는 것이었다.
어떤거냐면...프로그램의 실명을 밝히기는 뭐하지만 5분 정도 분량의 감동적인 짧은 에피소드를 파스텔 톤의 그림으로 만들어 따뜻한 목소리의 성우가 나래이션을 하는....대충 뭔지 알사람은 알텐데...ㅎㅎㅎ
여하튼 방송국에서 두페이지 분량의 시나리오가 오면 거기에 맞춰 콘티를 짜고 원동화를 그리고 채색하고 편집까지 해서 납품을 하면 180만원을 준다고 했다.
당장 먹고 살일이 걱정이었는데 눈이 번쩍 뜨였다. 당장 시작하자! 하는 마음으로 뛰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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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에는 지옥 작업을 하고 밤에는 알바를 했다. 보통 열심히 하면 한달에 한편을 만들 수 있다고 해서 입에 거품을 물고 작업했다. 그렇게 몇달이 흘렀고 지옥은 완성이 되었다. 완성이 되었다고 당장 뭐 돈이 우수수 떨이지는 것도 아니어서 지옥이 DVD 발매를 될 때까지는 알바에 매진 할수 있었다.
이미 1인 제작이라는 걸 수 년동안이나 해와서 손도 빨랐고 매일 하루 종일 작업할 수 있다 보니까 확실히 남들보다 일을 많이 할 수 있었다. 한달에 한편은 기본이고 평균 두편을 작업하기도 했고 많이 할때는 세편을 할때도 있었으니 아무래도 수입이 급상승 할수 밖에..그렇게 알바를 하다 보니까 의문이 들었다 내가 하는 일의 원 제작비는 얼마일까. 알아보니 시나리오를 제외한 영상을 만드는데 방송국에서 나오는 제작비는 450만원 정도라고 했다.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다..)
문제는 내가 방송국에서 직접 일을 받는게 아니라는 것이었다. 중간에 실장이라는 개인 업체가 일을 받아 다시 나한테 일을 주는 형식이었다. 내가 받았던 돈이 180만원이니까 실장은 내가 작업한 걸 방송국에 건네주고 새 시나리오를 받아오는 일을 하면서 편당 270만원을 가지는 것이었다.
그 얘기를 듣고도 사실 별 불만은 없었다. 단순하게 내가 하는 일에 비해 돈을 적게 주는 건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 알바를 시작한지 반년 정도 지났을 때 생기기 시작했다. 실장 형이 사무실을 낸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 전까지 재택 근무를 하던 알바들을 사무실에 출근해서 일을 하라는 것이었다.
방송국에서 일을 받아오는 실장은 한명이 아니라 여러명이었는데 각기 떨어져 있던 실장들이 모여서 하나의 사무실을 쓰는 방식이 모 제작 지원 제도에서 지원을 받아 사무실을 얻게 되었다는 것이었다.
나는 기뻤다. 분명 그 동안 꽤나 많은 이익을 봤을 실장들이 모여 하나의 사무실을 만든다니 꽤나 안정적인 애니메이션 회사가 될것 같았기 때문이다. 자금이 안정적이면 창작 애니메이션을 기획하기에도 더 편할 것이다. 그렇게 생각했었다. 게다가 집에서 작업하는 것 보다 출퇴근을 하며 작업하면 일도 더 많이 하고 생활 패턴도 안정될꺼라고 생각했다.
여튼 부푼 꿈을 가지고 사무실에 입주했고 다른 실장들과 다른 실장 밑에서 일하는 알바들과도 친해질 수 있었다. 실장들을 하나로 묶는 건 방송국에서 일하다 이제 이 사무실을 관리하는 책임을 지는 또 다른 실장이 맡았다.
근데 새로 나타난 또 다른 실장은 알바를 쓰지 않고 월급제 직원을 뽑기 시작했다. 사실 다른 알바들은 편당 일한 만큼 받는 시스템인지라 출퇴근도 자유로웠고 개인적인 일이 있으면 사무실에 안나오기도 했다. 근데 월급제 직원을 뽑으니까 아침 9시면 출근해서 밤 10시 정도 까지 묵묵히 일만 하는 분위기 였다. 월급제 직원은 이제 갓 애니메이션 과를 졸업한 사람들이거나 휴학중인 학생들이었다.
그 월급제 직원들은 아무래도 경험이 부족하다 보니 작업 속도는 느렸지만 그래도 월요일 부터 토요일 까지 밤 늦게 까지 일하기 때문에 한달에 한편은 끝낼수 있었다. 그래서 사무실에는 편당 돈을 받는 알바들과 직원들이 같이 일하게 되었다.
그런데 이때부터 이상한 일이 생기기 시작했다.
예를 들자면 한번은 실장들이 회식이라며 저녁을 같이 먹자고 했고 어딜 갈까 실장들 끼리 얘기하는데 한 실장이 좀 비싼 데에 가서 먹자고 하자 실장들을 관리하는 실장이 이렇게 말했다.
<김실장 자꾸 비싼데 가자고 하지마 애들 버릇 나빠져!>
알바들은 대부분 30대를 넘긴 사람들이었다. 그 이야기에 기분이 확 나빠졌지만 어디 돈 벌기가 쉬운가 그냥 참아내자 라고 생각했다.
알바들은 대부분 나와 같은 처지여서 자기 개인 작업을 하거나 뭔가 준비하는 일이 있는데 당장 돈이 필요해서 하는 사람들이었다. 아무래도 일주일이라고 하면 3일 정도는 사무실에 나오고 나머지는 개인적인 일을 하는데 사용했다.
나야 지옥 작업도 끝난데다가 딱히 DVD가 발매될때 까지는 할일이 없어 매일 사무실에 나왔다. 그래서 직원제로 일하는 친구들하고도 얘기 할 기회도 많아졌다.
그러다 조심스럽게 직원제로 일하는 친구들에게 물었다. 한달에 얼마 정도 월급을 받냐고..
그러자 90만원을 받는다고 했다.
깜짝 놀랐다.
계약서도 쓴게 없어서 계약직도 아니었다. 당연히 보험 이런건 있지도 않았다.
내가 너무 적게 받는게 아니냐고 했더니 요즘 같이 취업이 안되는데에 이것만으로 감사해야 할 일이 라고 했다. 내가 방송국에서 편당 나오는 돈이 얼만줄 아냐고 했더니 모른다고 하기에 말해주었다.
그러자 그 정도는 감수하고 일을 한다고 말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작업은 원래 이렇게 빡세게 해야 한느거 아니냐고 했다.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데..
뭐라 한마디 더 하려 했지만 참았다. 내가 처음 일을 시작할 때 생각했던 생각과 별반 다를바가 없기 때문이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갔다. 그리고 사무실에는 이상한 기운이 감돌았다. 알바로 일을 하던 사람들이 하나 둘 일을 그만두기 시작했다. 그리고 직원제의 직원들이 늘어갔다.
아무래도 편당 180을 받는 알바들 보다 90만원을 받는 직원들을 이용하는 게 휠씬 남는 일이기 때문이었겠지...그렇게 알바들이 하나 둘 관둘 때도 나는 묵묵히 일만 했다. 나를 이 알바에 소개시켜 준 형도 일을 관둔다고 했다. 나는 왜 관두냐고 물었더니 실장이 다음 할 시나리오를 자신에게 주지 않는 다는 것이었다.
그런 상황을 보면서도 나는 계속 일을 했다. 실장은 나에게는 일을 계속 주었다. 아마 이유는 내가 한달에 하는 편수가 다른 사람들 보다 많았기 때문이다. 일을 많이 하는 일꾼이 있다는 건 자신들이 챙기는 돈도 더 많아지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다 보니 그 사무실에는 알바라곤 나 밖에 안 남게 되었다.
직원으로 일하는 사람들은 거의 여자들에 20대 초반이었다. 남자는 몇 되지 않았고 남자들도 20대 중반 정도였다.
한 실장은 직원들중 군대를 제대한 한 남자 직원에게 팀장이라는 직함을 주었고 다른 직원들을 관리하라고 했다. 그 남자 직원은 토요일 밤 까지 근무하며 다른 직원들이 스케줄을 맞출수 있도록 하는 역활과 자기 자신도 일을 했다. 희한하게도 팀장을 맡은 그 친구는 점점 바뀌기 시작했다. 사실 실장에게 철저히 이용당하면서도 실장들이 하는 농담에 끼어 같이 놀았다. 실장들에게 면박을 당하는 역활이었음에도 그 사이에 끼어었다는 걸 여간 자랑스럽게 여기는 것이었다. 그리고 다른 여자 직원에게 불쾌한 농담을 던지고 그것을 굉장히 재미있게 여기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스크린 퀴터 축소 문제가 한참 불궈지고 있던 어느 날 실장중 한명이 멀티플렉스와 블럭 버스터들이 독과점 하고 있는 것이 진짜 큰 문제라고 했다. 나는 그 실장에게 여기 이 사무실이 돌아가는 모양이 그 보다 심하면 심했지 덜하진 않다고 말했다.
그때부터 영 일을 하는 것이 어색해 지기 시작했다. 무언가 말이 목구멍에 걸려 나오려 하는데 억지러 참고 있었다. 결국 어느날 나는 실장에게 말했다. 직원제로 일하는 직원들 월급이 너무 적다. 이것은 착취다.
그러자 그 실장은 내게 <너는 세상을 너무 몰라.> 라고 말했다.
그리고 내가 맡은 편을 끝내고 다음 시나리오를 달라고 하자 아직 시나리오가 안왔다고 했다. 시나리오를 방송국에서 받는 웹하드엔 새로운 시나리오가 가득했지만 내게 시나리오가 오지 않았다. 사무실에 나가서 멍하니 인터넷만 하다 오는 날이 반복됬다.
아..다른 관둔 알바도 이런 기분이었겠구나...나는 일을 그만두었다. ( 벌써 4년 전이니 그 후 그 사무실이 어떤 형식으로 운영되는 지는 알지 못한다.그 프로그램의 제목은 밝히지 않는 건 지금은 합리적인 시스템으로 돌아가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니까..)
다행히도 일을 관둔지 2주 후 사랑은 단백질이 제작지원을 받았다.
같은 애니메이션 판이다 보니까 그 실장은 아직도 가끔 지나가다 본다. 인사하진 않지만...
그리고 그 프로그램의 피디는 제작지원제도의 심사위원으로 가끔 본다.
나는 그 피디가 심사위원인 제작지원 제도에 지원을 받은 적이 없다. 연관이 있다는 건 아니다. 그냥 그렇다고.. 물론 인사를 주고 받을 사이는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