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애니메이션, 영웅은 필요 없다

허지웅 (GQ 11월호)

우리에게도 <달려라 하니> <머털도사> <독고탁> <날아라 슈퍼보드> <아기공룡 둘리>같은 애니메이션의 황금기가 있었다. 어느 순간 그 맥류가 뚝, 끊겼다. 모두 사라졌다. 그건 백일몽이었나? 누구 책임인가? 왜 더 이상 볼만한 애니메이션이 나오지 않는가?


이것은 슬픈 영웅의 이야기다. 일단 한 쪽 손 치켜 올리고. 무에서 유를 창조해내시고. 다른 손 치켜 올리고. 축구공 없이도 “꿈은 이루어진다”는 명제가 유효하다는 걸 증명했으며. 두 손 다 번쩍 올리고. 양키들 앞에서 실력으로 당당하게 인정받는 등 달리는 시내버스에서 뛰어내리거나 솔방울로 수류탄을 만들어내는 것 빼고 뭐든 다 해낼 것 같은 초인적 국민 영웅이 있었다. 뭐야 또 <디 워>와 심형래의 앗 뜨거운 애국애족 민족주의 광풍 이야기냐, 싶겠지만 사실 2005년 봄의 일이다. 박세종이라는 이름의 생소한 호주 출신 교포 감독이 미국아카데미시상식 최우수단편애니메이션 부문 후보로 올랐다는 소식이 한국을 강타했다. 난리가 났다. 한국인이 김치보다 좋아하는 ‘최초’ ‘미국’ ‘헝그리 정신’ 삼박자를 고루 갖췄으니 영웅이 아니 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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