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영화와 애니메이션의 차이가 인터넷으로 다운 받을 수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 아니냐는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나오는 나라에서 살고 있는 애니메이션 감독으로써 <저는 만화 따위는 안보거든요..>라고 당당히 이야기 하는 보통의 사람들과 대화를 하다 보면 마치 1970년대 시골 마을에서 피임이라는 것이 있다며 콘돔을 건네주자 이게 뭐여? 라는 눈빛을 보내는 사람을 볼 때처럼 답답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게다가 조금이라도 애니메이션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을 털어 놓을라 치면 <혹시...오덕? 변태?>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쏘아주는데다가 나 같이 뿔테 안경까지 쓴 사람이라면...맙소사.
그런 사회에 살면서 애니메이션을 한편씩 소개하게 됐다. 도대체 어떤 애니메이션을 소개해야 오덕 취급받지 않으며 사람들에게 <이런 애니메이션도 있어?> <애니메이션이라는 게 오덕만 보는 게 아니구나!> 라는 얘기를 들을 수 있을까?
곤 사토시의 작품기획 동기를 들으면 애니메이션이라는 영화기법으로 할 수 있는 장르는 무한한데, 왜 실제로 나오는 작품은 미소녀가 나오거나 로봇이 나오는 것밖에 없을까? 하는 마음으로 만들었단다. 하지만 <퍼펙트 블루>에서도 미소녀는 나온다.
미소녀가 주인공인 사이코 스릴러 애니메이션이다.
벌써 미소녀와 사이코 사이의 간극과 스릴러와 애니메이션사이에서 느껴지는 간극에서 이 작품이 심상치 않다는 걸 느낄 것이다.
주인공인 미소녀 미마는 말 그대로 변변찮은 미소녀 아이돌 그룹의 리더이다. 그때의 일본의 연예계는 지금의 한국과 비슷한지 돈 안 되는 아이돌 그룹보다는 원 소스 멀티 유즈형 연기자를 원했고 미마는 생명력이 짧은 아이돌보다 생명력이 긴 연기자의 변신을 꾀한다.
암만 변변치 않은 아이돌 그룹이라도 팬 층이 있기 마련...미마의 연기자 변신에 불만인 진짜! 오덕이 미마를 협박해 오는데다 미마가 처음 맡은 배역은 사이코 스릴러 드라마의 범인역이다. 그뿐인가 아이돌이 연기를 한다는데 불만 섞인 시선들....승냥이 떼 같은 미마의 주변인들..하아 미마는 피곤하다.. 이쯤 되니 스릴러 드라마의 주인공이 진짜 자신이 아닐까? 그 드라마가 사실이고 아이돌이었던 자신의 생활이 드라마가 아닐까? 아~어지럽다. 그러는 와중 그 드라마와 관련된 사람들이 연쇄살인에 의해 희생당한다.
이중자아라고 하는 주제에 벌써 4편의 장편을 만들어 내고 있는 곤 사토시 감독이 관객에게 던지는 첫 번째 질문이 바로 <퍼펙트 블루>이다. <퍼펙트 블루>는 그림으로 된 영상으로만 만들 수 있는 연출과 전통적인 스릴러 시나리오 작법에 액자 식 구성 등이 씨줄과 날줄로 복잡하게 얽히며 관객에게 실사 영화와는 다른 긴장감을 선사한다. 애니메이션이라면 고개를 도리도리 젓는 당신에게 추천한다.
<퍼펙트 블루>!
일단 보라니까. 우리 보고 얘기하자. 응? (애니메이션 감독 연상호)
-한국 영상 자료원 AniDB 초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