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을 말하다]는 애니메이션 감독이 직접 애니메이션 감독을 만나 인터뷰하며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 릴레이 인터뷰 입니다.
협회 커뮤니티를 이용해 주변의 감독의 근황과 묻고 작품에 관해 묻고 싶었점을 릴레이 인터뷰 형식으로 진행하여 독립애니메이션에 관한 많은 담론을 만들어 내기 위한 기획 인터뷰 입니다.
인터뷰의 대상이 된 감독은 인터뷰후 또 자신이 인터뷰어가 되어 자신이 만나고 싶은 감독을 만나 이야기를 듣는 릴레이 방식으로 진행 됩니다.
연상호 (이하 '연'): 신선한 질문들로 채울라고 했는데 결국은 식상한 질문으로 시작해야 겠네....... 어쩌다가 이 예술계의 막장 애니메이션 계로 발을 드리밀게 되었지?
연 : 뭐 시작이야 어찌됬든 결국은 애니메이션을 하고 있으면 되는 거지...
그럼 본격적으로 작품 얘기를 해볼까?
장형윤 감독의 애니메이션의 장점이 뭘까? 생각해 보았는데 <어설픔의 미학> 이 아닐까 싶어.
<티 타임>에서 천사와 머리가 절반인 남자가 멀뚱이 앉아있는 상황이 주는 서먹 서먹한 분위기 라든가,
<편지>에서 주인공 남자과 아미와 갖는 어설픈 분위기...아빠가 필요해에서 자기는 분명 아이를 맡기 싫은데도 어설프게 거절하는 늑대의 모습...또 '종' 조차 틀린 가족...이 갖는 '서먹 서먹함'과 '어설픔'...그런것들이 묘하게 사랑스럽고 현실적이다 란 느낌을 주는 거지....역시 장형윤의 작품은 <어설퍼>~ ㅎㅎㅎㅎ 감독의 생각을 직접 들어봤으면 좋겠는데?
장: 그래? 나는 그게 자연스럽다고 생각하고 만든건데......하여간 그래.
그런 점이 있긴하지. 뭔가 서먹서먹한 시간을 표현하고 싶은 생각은 있었어. 주인공들이 좀 어설프면서 상냥하다는 생각이 들어.
뭔가 착하달까? 팔을 뜯어 먹히면서도 '영희'에게 따듯한 세계를 보여주려는 사슴이나 티 타임의 천사나 냉정함 하고는 거리가 멀지. 그건 아마도 내가 착하면서 어설퍼서 그럴꺼야. ㅋㅋㅋ 뭐랄까 사람들은 의외로 양면적인 면을 가지고 있자나. 연상호 너도 고집스러워 보일 때가 있는 반면 어떨 때 보면 너무 착해서 내가 깜짝 놀란다니까.
하여튼 그런 양면적인 측면에서 나는 어설프면서 상냥한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주려고 하는거야. 나는 홍상수가 아니니까. 현실적으로 삶의 냉혹한 면보다 아름다운 부분을 작품으로 만들고 싶어.
<장형윤 감독의 '아빠가 필요해' 중..>
연 : 장형윤의 작품을 보면 공통으로 보이는 부분이 <체념>과 <극복> 이라는 명제가 떠오른란 말이지..
[편지]에서 주인공이 그토록 열심히 헤어진 그녀에게 편지를 보내다가 결국 한순간에 '아미'와 애인이 된다던가, [아빠가 필요해]에서 좋은 소설을 쓰겠다던 늑대가 영희를 만나고 난뒤 소설을 포기하고 영희를 위해 애쓰는 모습..
이렇게 <체념>하고 또 쉽게 <극복>을 하는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고 생각하는데...사실 엔딩에 따뜻한 음악만 깔아서 좋아보이지 슬픈 음악을 깔아놓으면 엄청 시니컬한 이야기들 아닌가? 정작 자기 자신은 험준한 애니메이션 판에서 체념은 커녕 뚷고 나가고 있고 자신의 스튜디오 이름을 '지금이 아니면 안되' 라는 비장한 이름이면서 말야ㅎㅎㅎㅎ
장: 작품만 보면 '체념과 극복'이 아니라 그냥 '체념'이지.
왜 항상 현실에 타협하는 쪽으로 이야기가 흘러 버리나 몰라.
많은 사람들이 무엇인가 포기하면서 인생을 살자나. 근데 꼭 포기 안하고 사는 삶이 좋을 수만 있을까? 하는 의문 때문에 함부로 단정할 수 없는 것 같아.
애니메이션도 그래.하다가 안되면 포기 할 수도 있는 것이어야지. 우리가 무슨 실미도 특수 부대원도 아니고 죽자 살자 할 필요는 없자나. 진정 인생은 삶이 더 중요해야 하는 거잖아?
아닌가?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던데......나는 잘 모르겠어. 애니메이션도 할 수 있을 때 까지만 할거야. 그런데 나이가 드니 점점 다른거 할 게 없어져 간다. -_-; 어린이 때는 대통령도 슈바이쳐도 다 될 수 있었는데 지금은 애니메이션이냐 백수냐 그런 선택 밖에 없는 것 같다. '지금이 아니면 안돼' 라는 각오는 미래를 위해 현실을 소모하지 않겠다는 각오야. 인생에 적금을 들지 않겠다는 거지.
연 : 나도 동의하는 바야 어떤 일이라도 언제든 그만둘수 있다 라는 여유있는 맘을 가지는게 중요한거 같아. 굳은 결의일수록 깨지기 쉽잖아?
음..... 식상한 질문이긴 하지만 <신작> 얘기네..문화컨텐츠 진흥원에서 제작 지원하여 만들고 있는 <신작>에 관한 이야기를 해야 할것 같은데? 러닝 타임도 길고..그래도 그나마 안정적인 작업환경에서 만들어질 장형윤의 <신작>은 어떤거지?
장: 신작의 스토리는 사실 나도 잘 몰라. 며느리도 모르고 스텝들도 몰라. 내가 헤메고 있는거지.
중편이 되니까 이야기를 만드는 것이 어려운 것 같아.
무협 멜로이긴 한데 정확한 스토리는 다 만들어 봐야 알거 같아. 비쥬얼은 제작비가 충분했으니까 더 상업적인 느낌으로 가려고 했는데 상 만들고 보니 이 정도로 상업적이라고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드네.
<장형윤 감독의 신작 '무림일검의 사생활'>
연 : 좋든 싫든 간에 어쨌든 지금까지 국가의 애니메이션 지원 혜택을 꽤나 많이 받은 감독이고 이제는 지원만으로 작품을 할수 있는 시기를 넘어서려는 과도기에서 앞으로의 방향에 대해서 좀 듣고 싶어.
장: 장편을 만들고 싶어. 단편은 아무래도 여러 사람에게 보여 주기 힘든 포멧이니까.
우리도 좀 유통되어 보자.
우리는 유통도 안되는 말하자면 밀거래 같은 시장이자나.
그러니까 장편을 만들어서 단관이라도 걸어보고 싶어.그런데 돈은 어떻게 구하지? 참 난감하기 그지 없다.
어째든 언제까지나 지원받아 단편만 만들 수는 없어. 단편이 장편을 하기 위한 과정은 아니지만 우리는 단편이 선택이 아니고 필연이자나.
그리고 단편만 만들다 보니 스스로가 항상 단편적으로 아이디어가 떠올라. 그러니까 역시 표현에 제약이 있어. 어떻게든 장편을 할 생각이야. 열라 후진 퀄리티라도 일단 만드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해.
연 : 한국의 애니메이션 감독은 사실 연출이라는 부분 말고도 해야 할게 참 많은데 그중에 하나가 스텝의 운영이라는 부분 같은데..어쨌든 간에 동시대 감독 중에서는 스텝을 많이 운영해 본 감독인데...상업애니메이션을 하면서 스탭에 운영에 대한 방법에 대해 특별히 생각하는 방침 같은게 있어?
장: 나는 작가 스타일로 혼자 만드는 것이 어려워. 사실 의지박약이거든.
그래서 사람들과 같이 일을 해서 책임감으로 나를 구속하는 거지.
애니메이션은 역시 30분이 넘으면 혼자서 만들기 어렵다고 생각해. 결국은 긴 길이를 만드려면 공동작업은 필수지. 스텝들과 일 할 때는 으쌰! 으쌰! 분위를 만들어서 재미있게 하자는 것이 원칙이야. 작품이 잘 나오는 것도 중요하지만 재미가 있었으면 좋겠어.
함께 만드는 것이 재미있을 것! 뭐 그런 건데 생각처럼 쉽지가 않아 인간관계라는 것이 필연적으로 많은 문제를 동반하자나. 그런다 보니 역시 감독이라는 자세보다 인간관계 조율이라는 측면에도 많이 신경을 써야 하지. 그리고 스텝들 줄 돈 마련하는 것도 쉽지 않고.
연: 개인적으로 장형윤 감독의 작품은 <아주 좋은 점>을 많이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 하지만 그것이 상업작품을 만들때 유지가 될까 란 생각을 하기도 해.
아무래도 애니메이션 판이 힘들고 산업이 활성화 되지 못한 상황에서 장형윤의 <아주 좋은점>이 상업적 프로듀서들에게 어필이 될까 란 걱정이 앞서기도 하고... 앞으로 작품을 만들때 <정말 이것 만은 계속 가지고 가야 겠다!> 라는 자신만의 작품관은 뭐가 있지?
장: 글쎄 그런게 있을까? 나는 계속 만들겠다는 의지를 지키는 것만도 어려워. 물론 뛰어난 감독이라면 좋은 점을 가져가면서 계속 작품을 만들겠지만 나에겐 단지 '계속 만들자' 그게 전부야. 좋게 만드는 것은 사실 자신이 없어.
연: 그래..그럼...계속 만들기 위해 다시 작업실로 돌아가자..-_-;;;;
<2007. 6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