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척추다. 요컨대 교육서비스 개선을 가장한 교육환경 차별화 정책에는, 교육환경 그 자체를 부의 정도에 근거해 제도적으로 세습화시키려는 의도가 전제돼있다. 아이들은 우와 열로 나뉘어 미친 듯이 경쟁하는 동물로 사육될 것이다. 이렇게 사육된 아이들은 장차 귀족 학교를 다닌 아이들의 밑에서 착취당할 것이다. 이명박 정부의 각종 민영화, 선진화 정책들이 다 마찬가지다. 분배되지 않는 부의 영속성을 제도적으로 규정하고 확립시키려 한다. 그렇게 안전하게 세습될만한 착취구조를 만들어내려 한다.
광장 위의 서로 다른 사람들은 별개의 서로 다른 생각들로 분노하고 있었다. 누군가는 쇠고기에, 누군가는 굴욕외교에, 누군가는 공공연한 폭력에, 누군가는 소통불가에, 또 누군가는 각종 민영화 정책에 분노했다. 또한 가장 중요하게도(우리는 애초 광장 집회가 교복 차림의 학생들에 의해 시작됐다는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영어몰입교육과 특목고, 자사고, 0교시, 우열반으로 상징되는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에 분노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문제의식은 적확했지만 눈과 귀를 닫은 정부는 도무지 소통하려 하지 않았다. 그래서 아이고 아이고 많이들 지쳤다.
소통이 안 된다면 실력행사 하면 된다. 초입에 언급했듯이 2003년 이명박 전 서울 시장은 자사고 설립을 자랑스레 공언했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자사고는 만들어지지 않았다.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시위를 했나. 촛불을 들었나. 광장에 모였나. 아니다. 간단하다. 교육감이 반대했기 때문이다. 교육감이 반대했기 때문에, 시장의 짧은 생각은 잠시나마 유보될 수 있었다. 교육감이 갖는 권한이란 우리 생각보다 훨씬 강력하고 효과적이다. 당장 대통령이 아무리 떠들어봤자 자사고, 특목고 설립에 대한 권한은 교육감에게 있는 것이다.
7월 30일 수요일은 서울시 교육감 선거 날이다. 공정택 후보와 주경복 후보의 양자대결 구도다. 오차범위 안에서 엎치락뒤치락 하는 중이다. 입장구별은 참 쉽다. 공정택 후보는 이명박 정부의 교육 정책과 그 궤를 함께하는 현 교육감이다. 주경복 후보는 부패와 사교육비, 무한경쟁교육을 심판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공정택 후보는 “전교조가 교육을 망칠 것이다”라는 색깔론을 들고 나왔다. 후져보여도 그 수밖에 없었을 거다. 이번 선거는 결국 정권 심판의 성격을 가져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얼마 없는 표심이라도 구걸하려면 색깔공세를 통해 보수층의 집결을 호소해야 한다. 현 정부가 광장 위의 사람들을 좌익 빨갱이 세력으로 매도했던 것과 꼭 같다.
사실 결과를 예상하기란 어렵지 않다. 투표율이 높으면 주경복이 이긴다. 언론 예상치대로 20퍼센트를 밑돌면 진보 보수 프레임에 휘둘린 표심에 공정택이 이긴다. 광장 정국 와중에도 이명박 정부의 가치관이 이기는 것처럼 보인다면, 이에 상처받을 사람들의 자조와 비관은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어쩌면 대선이나 총선 때보다 심각할 수 있다. 나는 최소한 광장에 한 번이라도 발을 들이밀고 구호를 외친 사람이라면 반드시 투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광장에 가지 않았더라도 현 정부의 방향성에 의문을 품고 있다면, 또한 반드시 투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힘이다. 시민이 시민일 수 있는 힘이다. 당신이 투표하면, 주경복이 이긴다. 당신이 투표하면, 이명박의 생각이 진다. 당신이 투표하면, 생각보다 많은 것이 바뀔 수 있다.
-허지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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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지웅의 블러그